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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정 시집, ‘푸른 하늘 은사시 정어리떼’ 출간

2025-11-21 15:53 4 0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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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정 시집, ‘푸른 하늘 은사시 정어리떼출간

말에서 받은 고통이나 상처를 스스로 반짝이게 하는 방법을 깨달은 시들


 

2018시와경계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유정 시인이 문단 데뷔 7년 만에 첫 시집 푸른 하늘 은사시 정어리떼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86번으로 출간했다.


말과 연애하는 자가 시인이고 말과 싸우는 자도 시인이다. 시인은 말에 예민하고 때로는 과민하다. 말에서 희열을 느끼고 말에서 절망을 느끼는 자, 같은 말이라도 뉘앙스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자, 말의 서슬에 가장 많이 가슴을 베이는 자, 창작의 고통으로 백지 A-4를 더 두려하는 자가 시인이다. 남유정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예민한 만큼 더 자주 더 깊이 상처를 받는다. 그의 좋은 시편들이 말에서 비롯된 상처의 기록인 경우가 많다.


상처는 건드릴수록 덧난다. 특히 말로 인해서 생겨난 상처는 곱씹으면서 커지고 깊어지기도 하지만 시 하얗게 부서진 말들처럼 소문이라는 악성바이러스까지 더해져서 악화되기 십상이다. 잠자리에 들면 더욱 증폭되는 날선 말들의 데시벨 때문에 잠은 포기해야 한다. “곱씹으며 삭혀보지만그건 삭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후벼파는 일이어서 모래알 씹듯입안 가득 고이는 비명으로 잠과 밤은 겉돌 수밖에 없다. “뾰족한 말은 모난 돌이 되어 날아들고/ 가슴에 부딪히며 깨

어져 가는 몽돌들때문에 잠자리는 거친 파도가 난무하는 바닷가처럼 혼란스럽다.


하지만 남유정 시인이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방식은 가해자를 향한 저주와 반격의 앙갚음이 아니라, “파도에 둥글어지는 날선 조각들파도 속에 밀어 넣어 다독이고 삭이는 견인(堅忍)과 용서이다. 나를 향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해하지 못한 말들을 해변의 갯바위처럼 고스란히 견디면서 망각 속에 꿈을 꾸듯이 하얀 포말로 사라져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남유정은 말에서 받은 고통이나 상처에서 스스로를 반짝이게 하는 방법을 깨달은 시인이다. 표제시 유난히 반짝이는에서 지천명(知天命)을 넘긴 시인은 권태와 졸음을 떨치고” “인생 3막이 시작되면서 낭창 휘었다 탄력을 회복하는 거미줄처럼 재생력이 생겼다. 우연히 우러러본 하늘에는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꼬리치는 것 같은 권적운(卷積雲)이 보인다. 마치 바닷속을 떼지어 몰려가는 정어리떼 같다. “혹등고래들이 뿜어올린 공기방울 울타리 속으로/ 흩어졌다 모이는 한 무리의 은사시 정어리떼. 남유정의 아픈 시들은 시인을 견디게 하고 독자를 치유하게 한다.


시는 상처의 기록이다. 하지만 상처가 시가 되기 위해서는 상처에 머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견디는지가 문제다. 지극히 아픈 상처는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그저 껴안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시는 이때에 나오는 부산물이면서 진통제이다. 그래서 남유정의 아픈 시들은 시인을 견디게 하고 독자를 치유하게 한다. 이것이 남유정의 첫 시집 푸른 하늘 은사시 정어리떼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이다.

/하동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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